키보드/Misc

커스텀 키보드 일기 #1

한의정 2021. 9. 6. 23:12

이 글은 세벌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전략을 약간 수정하기로 했다.

일단 적절한 키보드를 하나 선정해 풀와이어링으로 만들어보기로 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생각보다 시간과 돈의 소모가 크다 

현재 나는 키보드 설계 과정에 대한 계획을 모두 짜두었다.

또한 필요한 부품 판매처도 모두 확보해두었다.

 

본 게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로드맵 설계에만 시간을 많이 들이는 이유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물건너 오는 부품은 배송만 1~3주씩 걸리고, 3D 출력하는 제품은 렌더링 하나만 잘못 짜도 이틀 이상 허비하게 된다.

내가 이걸 시작한 가장 큰 이유가 어떻게 납땜 좀 피해보려고 하는 건데, 그걸 위한 기판 주문비용이 10만원 이상이다.

그래서 기판 설계에서 실수하면 타격이 정말 크다.

결국 아무리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몇 개월은 잡아먹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는 당장 쓸 키보드가 필요하므로 최소 하나는 직접 만들어야 한다.

 

2. 이론만으론 한계가 있음

나는 재료값만 받고 400만원대 3D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곳를 발견했다.

처음에 출력대행에서 맡기려다 시험해보려고 적당한 키보드를 출력해봤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3d 프린터는 .stl이나 .obj를 직접 받을 수 없고 G code라는 걸로 변환을 해줘야 한다.

제품마다 이걸 해주는 전용 소프트웨어가 있고 이를 슬라이싱 프로그램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로 정상적인 출력이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

두번째로는 가장 목표에 근접한 키보드를 출력해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컸다.

마지막으로 서포터 제거가 깔끔하게 되지 않는다. 때때로 제거가 불가능하게 발생한다.

 

설계해보니 제일 빡치는 게 규격 맞추는 건데 출력 과정에서 생기는 공차랑 서포터 때문에 어려워졌다.

이런 부분은 이론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점검해봐야 한다.

 

3. FDM이 SLA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나는 원래 SLA로 하우징을 뽑고 우레탄같은 걸로 코팅해서 질감을 덮을 계획이었다.

내가 대여할 수 있는 프린터는 400만원짜리긴 해도 FDM이라 별 기대는 안 하고 있었는데, 퀄이 생각보다 좋았다.

코 앞에서 들여다보지 않는 한 결이 안 보인다.

게다가 TPU를 재료로 사용할 경우 180도 가까이 휘고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품질이면 값비싼 SLA를 선택하는 이점이 떨어진다.

특히 TPU를 재료로 쓰면 탄성이 생기기 때문에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후크로 체결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게 되었다.

 

4. 그외

- 스위치

사용할 스위치로 체리 갈축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홀리 판다가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가격 차이가 3배 나는 게 흠인데 최종본에서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다만 홀리판다와 체리 스위치가 호환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 키배열

키보드는 풀배열 기준 6줄로 이루어지며 위쪽부터 차례대로 다음과 같은 이름을 가진다.

Function Row(F1~F12)

Number Row(1~0)

Upper Row(Q ~ P)

Home Row(A ~ L)

Bottom Row(Z ~ M)

Modifier Row(LCtrl ~ RCtrl)

이런 명칭이 으레 그렇듯이 동의어가 여러 개 있는데 이 정도만 알아도 말은 통한다.

키보드 배열을 정할 때 나는 6줄을 모두 가져가기로 했다.

참고로 Modifier Row가 모두 엄지에 할당되므로 실질적으로는 5+1줄이다.

수정자의 경우 양 측면에 넣을지 고민중인데, 간혹 [Ctrl+Shift+Alt+R] 같은 단축키를 요구할 때가 있다.

수정자를 모두 엄지에 몰아줄 경우 저런 건 누를 수 없다.

그림을 그려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단은 최대 80키는 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벌식을 익힌 결과, b키가 왼쪽에 있어도 불편하지 않게 됐다.

 

- 풀와이어링

일단 풀와이어링으로 제작할 경우, 제작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다.

비용과 시간을 최대한 절감한다면 무에서 시작해도 10만원대 + 일주일이면 만들 수 있다.

물론 시간내서 틈틈히 하는 거라 이렇게 빨리는 못 하지만... 

이 결과물을 보고 계획을 좀더 세부적으로 잡아야 할 것 같다.

 

- 텐팅 킷

원래 ZSA Ergodox EZ의 텐팅 킷을 설계에 반영하려고 했다.

그런데 장기 사용 리뷰를 보면 다리가 점점 헐렁해져서 점점 서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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